전쟁,무기

세계를 정복한 ‘몽골기병’

김종혁대표 2012. 9. 1. 17:43



“ 바토르, 야 임마! 너무 잡아당기지마. 피가 안통해! ” 헝가리의 젊은 귀족인 요제프 니클라우스가 갑옷을 입혀주는 시종에게 짜증내며 소리치고 있다. “네네. 주인님 죄송합니다. 팔한번 올려보세요. 다리도 움직여보시고...” 늙수그레한 시종 바토르가 겸연쩍게 웃으며 갑옷을 입혀주고 있다. 독일에 주문해서 만든 최고급 판금갑옷의 표면에는 니클라우스 가문의 문양이 아름답게 새겨져 있고, 돌로 만든 창문으로 쏟아지는 아침햇살에 새하얗게 빛나고 있다. 가죽옷을 껴입은 위에 사슬 갑옷을 입고 또 그위에 판금갑옷까지 입으니 도저히 혼자 움직일수가 없다. 시종의 부축을 받으며 현관문을 나서니 타고갈 말에도 갑옷이 씌워져 있다. “푸르르” 하며 소리를 내는 애마의 코에서 하얀 김이 쏴악 쏟아

져 나온다. ‘ 짜증나게. 야만족들은 주일에도 쉬지않고 전투냐? 몽골? 이름도 개떡같은 더러운 야만족들.. 말밥굽으로 밟아 갈아주지.. ’ 갑옷을 꼼꼼하게 모두 챙겨입고 붉게 염색한 깃털을 꽂은 투구에 보라색 망토까지 걸치고 묵직한 양날검을 든 니콜라우스 백작의 모습은 정말 위엄있고 아름다웠다. 

1240년 헝가리 부타페스트 북동쪽 160km 지점, 사조(Sajo)강 바로 서쪽 모히 평야 (Mohi PLain)에 10만의 헝가리 연합군 중 무려 6일간이나 추격해온 수천의 기마부대에 요제프 니콜라우스가 합류했다. 뜨겁게 쏟아지는 햇빛, 갑옷속은 찜통같다. 뜨거운 투지가 슬슬 짜증으로 바뀌어 갈때쯤 멀리서 흙먼지가 일어난다. 긴장!!! 야만인들과의 전투가 처음인 젊은 귀족, 니클라우스의 입은 바짝 마르고 연신 혀는 낼름낼름 입술을 적신다. 그렇게 고조되던 긴장을 깨뜨리며 나타난 정예의 몽골기병의 모습은 반전이다. 헝가리 귀족기병부대 여기저기서 킥킥 거리는 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한다. 조랑말같이 왜소한 말을 목동같이 1인당 3필이나 끌고, 땟국물이 줄줄 흐르는 얼굴에 원래는 하얀색이었던 것 같은 누런색 털이 달린 투구를 쓰고, 오른쪽 다리쪽엔 활을 왼쪽 다리쪽엔 날이 굽은 칼을 꽂고 있다. 수백의 거지같은 기병들이 헝가리 기병부대앞에서 운동회를 하듯 마음껏 놀고 있다. 한놈은 말위에서 엉덩이를 까내리고 물구나무를 선다. 화살도 날리지만 독일제 최고급갑옷에 막혀 바닥에 툭툭 떨어진다. “ 부대진격! 거지같은 쓰레기 야만족 원숭이들을 쓸어버려라.!~ ” “ 와아아아! 두두두두두두두두 ” 거대한 소리가 지축을 울리며 중세의 전차군단 헝가리 기병부대가 전진하기 시작한다. 작렬하는 햇빛에 새하양게 빛나는 금속의 덩어리를 막아낼 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어보인다. 앞에서 도발하던 몽골기병들은 꽁지가 빠져라 미친 듯이 도망가기 시작한다. ‘ 역시 쓰레기군. 사냥감만도 못한 놈들! 머리를 잘라 아버지께 보여드려야 겠다. 기뻐하지겠지? 박제를 만들까? ’ 젊은 귀족 니클라우스도 아드리날린을 최고조로 분비하며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한채 말과 한몸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얼마나 추격했을까? 야만족 몽골기병들은 잡힐 듯 말듯하며 몸을 뒤로 돌려 화살을 날린다. 그런데 이상하다. 아까는 힘없이 갑옷을 뚫지 못하던 화살이 잡힐 듯 말 듯 가까운 거리에서는 갑옷을 뚫는다. 치명상은 아니지만 사기를 떨어뜨리기엔 충분하다. 지치기도 지쳤고.. 목도 마르다. 말들도 힘든 숨을 들이쉬며 헉헉 거린다. 몽골말들이 장거리 육상선수라면 헝가리 기병의 말은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단거리 육상선수다. 게다가 몽골기병은 곡예하듯이 말을 바꿔타며 말들이 지치지 않게 관리하며 같은 속도로 계속 달린다. 아군에 화살에 맞은 놈도 있지만 비단과 함께 상처로 말려들어간 화살촉을 쉽게 빼버린다. 가죽갑옷안에 비단속옷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 정지!! 휴식하고 다시 추격한다. ” 헝가리 기병부대는 말에서 내린 후 바닥에 앉아 숨을 고르고 있다. 그 와중에도 창을 든 몇몇 병사가 부대 외곽을 경계하고 있다. 그때 앞에서 기수가 없는 수천 필의 말들이 밀려오고 있다. 순간 당황했지만 화살을 날리던 그때 옆의 수풀에서 몽골보병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기수가 없는 줄 알았던 말의 배에 매달려 있던 가벼운 차림의 몽골군도 마치 닌자처럼 공중을 날아오르기 시작한다. 기우뚱 거리던 기사를 바닥에 넘어뜨린후 뾰족한 쇠꼬챙이를 투구의 숨구멍으로 밀어넣어 돌로 망치질 하듯 박아 넣는다.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공포감을 고조시키던 그때 몽골군들은 마치 도살기술자들처럼 헝가리 기병들의 겨드랑이와 사타구니 갑옷의 이음새 사이를 칼로 찌르고 도려낸다. 수명이 다한 암사자를 사냥하는 하이에나처럼 칼로, 꼬챙이로, 창과 화살로 물어뜯고 있다. 대열도 없고, 지휘자도 없이 공포에 휩싸인 패잔병들이 도망가기 시작하자 몽골기병들은 희안한 추격법을 보여준다. 뒤를 쫓는 것도 앞을 막아서는 것도 아닌 양옆으로 호위하듯 같이 뛰어가는 것이었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계속 화살을 날린다. 뒤처지는 기병은 몽골보병이 달려들어 도륙을 낸다. 점점 공포심은 고조되고 쓰러지는 아군을 무참히 밟아 죽이며 미친 듯이 도망가지만 가벼운 차림으로 1인당 3필의 말을 끌고다니는 몽골기병을 떨쳐낼수가 없다. 그렇게 몽골군 경기마병들은 마치 사냥을 즐기듯 말안장 밑에서 육포를 꺼내 질겅질겅 씹으며, 헝가리 기병을 하나하나씩 사냥하고 있다. 그들은 웃고 있다! 양쪽에서의 끊김없는 압박은 지옥과도 같은 혼란과 공포를 안겨주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듯하던 니클라우스 백작은 타던 말이 몽골군의 화살에 쓰러지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보인다. 성에서 따뜻한 꿩고기 스프를 만들고 기다리시는 어머니의 얼굴 같다. 몽골보병들이 뛰어와 투구를 열려고 낑낑 대지만 투구는 아까 시종인 바토르가 나사로 고정하여 쉽게 열수가 없다. 투구에 송송 뚫려있던 구멍으로 드디어 쐬꼬챙이가 들어온다. 끔찍한 고통이 안면과 두개골에 퍼진다.

“ 끼아아아아악. 엄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