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 인도여행기 2000 ] #12, 인도는 정말 무서운 나라
김종혁대표
2011. 11. 19. 20:15
인도는 정말 무서운 나라
-2월 11일 금요일-
어느새 잠이 푹 들었나 보다.
차장이 흔들어 깨울 때 차안에는 숄을 뒤집어 쓰고 있는 나밖에 없었다.
졸리는 눈을 비비며 버스밖으로 내려서며 비틀거리는 나에게 새벽의 한기가 스며든다. 아직 깜깜한 어둠속에서 바로 옆에 있는 시당에 가서 ‘짜이’를 한잔시켜 먹었다. 아마 1회용 종이컵이 흔하지 않아서 이겠지만 토기로 만든 작은 잔에 ‘짜이’를 마시고 바닥에 던져 깨 버린다.
전혀 아까워하는 기색없이...
기념품으로 모아 가고 싶다. 친구들에게 선물로 줘도 좋아 할텐데...
‘차오면’으로 식사를 하고 천천히 기다렸다.
바로 앞 호텔에 여행사가 있다. 원래 ‘가락푸르’로 가는 버스표를 ‘바라나시’로 가는 표로 바꿨다.
추가 부담으로 150루비가 들었다. 많이 준 것 일까?
아침해가 밝아온다. 햇볕! 여지껏 태양의 고마움을 너무 모르고 살아온 것같다. 따뜻한 아침햇살이 얼굴을 스치니 참 따스하다. 그리고 반갑다.
여기 저기서 날부르며 “할로! 자판? 꼬레아?”, “오하이오!”하는 소리들을 무시하며 국경으로 걸어갔다.
걸어서 국경을 통과하기는 난생 처음이다. 신기하다. ‘철조망’도 ‘장벽’도 ‘지뢰밭’도 아무것도 없다.
옆의 작은 사무실에서 도장을 찍고 ‘Welcome to INDIA’라고 적힌 문을 지나니 이제 인도다.
다시 경계선으로 뛰어가 한쪽말은 인도에 한쪽발은 네팔쪽에 두고 생각했다. 이 순간 난 네팔과 인도 두나라에 동시에 존재한다.
인도쪽으로 들어가서 다시 스템프를 찍고, 바라나시로 향하는 버스에 탑승했다. 네팔에서 자주 마주쳤던 일본인 두명과 여러명의 서양인들이 보였다.
가다가 ‘탈리’를 먹었다. ‘치킨카레’를 추가로 주문해서 먹었는데 맛도 이상한게 비싸기까지 했다.
오!!! 참하고 이쁘게 생긴 일본 소녀를 발견, 식사하고 한참 이야기를 했다.
혼자 인도를 여행하고 네팔에 들어가는 길이라고 한다. 나는 네팔여행하고 인도로 들어가는 길이라고 하자 반가워하며 정보를 교환하자고 했다.
‘Why not?’ 난 인도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그녀는 나에게 네팔에 대해 물어보았다.
여정이 같으면 같이 여행하고 싶지만 안타깝다. 참 ‘께랄라’ 주가 환상적으로 멋지다고 한다. 페리(Ferry) 여행도 하고 해변에서 일광욕에 수영도... 빨리 가서 멋진 해변에서 푹 쉬어야겠다..
Go Go...
네팔의 길은 거의 산을 굽이굽이 도는 좁은 절벽 길이었는데, 인도로 들어서니 눈이 닿는데까지 평원이다. 효~~ 크다. 소도 엄청나게 많아지고 터번을 두른 사람의 수도 늘어난다. 인도다. 그렇게 위험하고 무섭다던 인도다. 흥분된다. 난 이런 흥분이 좋다. 이 흥분을 즐기고 싶다.
사방이 컴컴해진 저녁 8시 무렵 갠지즈 강이 있는 바리나시에 도착했다. 곳곳에 축제행렬이 지나고 있었다.
지금 축제기간인가? 내리자마자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사납게 밀어닥치는 릭샤왈라들. 짜증나서 밀었더니 왜 미냐고 또 시비걸고 난리다.
짜증난다. 참어? 말어? 고민하다가 일본애들 2명과 함께 오토릭샤를 타고 싼 호텔을 찾아나섰다.
중간에 축제행렬과 미친 듯이 춤추는 한 떼의 무리와 만났다. 오토릭샤에서 잠시 사진을 찍으려고 서 있는 나를 수십 명이 끌어당긴다.
나도 모르게 휩쓸려간 행렬속에서 정말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성한 정신으로 절대 취할 수 없는 자세로 미친 듯이 춤추는 사람들... 대마초나... 해시시를 한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겨우겨우 군중들을 헤치고 나와서 호텔에 도착했다. 가위, 바위, 보를 해서 바닥의 Extra bed에 잘 사람을 정하고 취침.
오~~ 이럴수가... 겁나는 곳이다. 무서운 곳이다. 빨리 떠나고 싶다. 네팔 친구들의 살갑고 정다운 얼굴들이 생각나고... 미치겠다.
어쨌든 자자. 그리고 밤엔 절대, 절대 밖에 나가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