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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A ] 패스트푸드점의 비밀
김종혁대표
2011. 11. 18. 18:04
꽃가게 앞을 지나노라면 가게 앞에 꽃들이 진열되어 있다. 신발가게 앞에는 신발이 진열되어 있다. 그럼 패스트푸드점 앞에는 패스트푸드가 진열되어 있을까? 아니다, 그것을 먹고 있는 사람들이 진열되어 있다. 패스트푸드는 말 그대로 주문 후 즉시 음식이 나오는 곳이다. 하지만 빨리 음식이 나온 만큼 빨리 먹고 빨리 나가야 하는 곳이다. 이는 요즘 유행하고 있는 테이크아웃 커피점이나 도너츠 가게 혹은 지하철 역 주변의 김밥집 등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가게들의 공통점은 저렴한 가격에 간단한 식사를 제공한다는 것인데, 그러자면 손님의 회전율이 빨라야 하기 때문에 손님이 결코 오래 머물지 못하게 한다. 즉 ‘어서 나가시오’라는 말을 절대 하지 않은 채 교묘한 방법으로 손님을 내쫓고 있는 것이다. 그 비밀은 무엇일까. 우선 내부를 몹시 시끄럽게 만든다. 고급 레스토랑의 내부는 바닥에 카펫이 깔려 있고 창문에는 두텁고 주름이 풍부한 커튼이 쳐져 있다. 식탁에는 두툼한 식탁보가 깔려 있는데, 수저를 테이블에 내려 놓을 때 나는 달그락거리는 소리조차 없애기 위해 식탁보 아래에는 ‘언더-클로스’라는 두툼한 천을 한 장 더 깐다. 나무로 만든 식탁에 푹신한 의자, 배경 음악이 낮게 깔린 채 웨이터는 나직한 소리로 귓가에서 속삭인다. 카펫과 커튼, 식탁보, 솜이 두둑한 의자 등 천으로 만들어진 것들과 목재는 소리를 흡수한다. 더구나 낮게 깔린 배경 음악은 옆 테이블의 이야기 소리를 들리지 않게 하여 더 조용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하면 몹시 시끄러워 진다. 패스트푸드점의 의자는 딱딱한 플라스틱으로 만들며, 탁자에 테이블 클로스를 까는 경우는 절대 없다. 벽면과 천장은 유리나 거울, 타일 등 소리를 가장 잘 반사하는 재질로 만든다. 지하철 역의 김밥집이나 라면집의 한쪽 벽면이 거울로 된 것은 좁은 실내를 넓게 보이려는 의도도 있지만, 소리를 반사하여 더 시끄럽게 하려는 것이다. 종업원 또한 나직이 속삭이는 대신 큰 소리로 떠든다. 패스트푸드점의 종업원들이 손님이 주문한 내용을 큰 소리로 확인하고 그것을 다시 주방에 큰 소리로 알려주는 것은, 주문 내용에 착오를 없애려는 것이 아니라 실내를 되도록 시끄럽게 만들기 위함이다. 심지어 주문을 받는 사이사이에도 들고나는 손님에게 ‘안녕히 가십시오’ ‘어서 오십시오’라고 외친다. 가게의 가장 안쪽에 있는 카운터에서 출입구 쪽의 손님에게까지 들리도록 큰 소리로 외치니, 그 사이에 앉아 햄버거를 먹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괴롭겠는가. 또한 이런 곳의 의자는 매우 불편하다. 패스트푸드점의 의자는 대개 고정되어 있거나 엉덩이 부분이 무척 작아서 편하게 앉아 있을 수가 없다. 김밥집의 의자는 가장 딱딱한 소재인 강철로 만들어져 있다. 커피점은 바 주변에 높은 의자를 둔다. 보기에는 멋있을지 몰라도 이런 의자는 무게 중심이 높아져서 몹시 불편하다. 내부의 색상 또한 강렬한 원색을 사용하는 데, 이러한 색상들을 오래 보고 있으면 눈이 피로하다. 커피점에서 검정색이 주로 사용되는 까닭은 그것이 커피의 색이어서가 아니라, 원색이면서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덧씌워진 색이 바로 검정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내부에 있는 손님을 빨리 내쫓는 것 외에도 중요한 장치가 또 하나 있다. 외부에 있는 손님을 가게 안으로 끌어 들이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뭔가 미끼가 있어야 한다. 창가에 마련해 놓은 의자가 바로 그것이다. 패스트푸드점이나 커피점의 유리창은 마치 쇼윈도처럼 벽면 전체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곳에는 항상 외부를 향해 앉아 있도록 의자가 마련되어 있다. 대개 그것은 높은 의자라서 내가 커피를 마시고 햄버거를 먹는 모습이 외부에서 아주 잘 보인다. 더구나 높은 의자 때문에 불편한 내 모습은 긴장된 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는 것이 밖에서 보면 제법 예뻐 보일 것이다. 마치 홍등가의 쇼윈도에 앉아 있는 아가씨들처럼. 때로는 지나가는 남자와 눈길이 마주치기도 한다. 사람은 항상 눈에 보이는 것에 마음이 끌린다. 안에서 거리 풍경을 내다보면서 햄버거를 먹고 있는 나는 어서 그 곳으로 빨리 나가고 싶고, 거리에 있는 사람은 내 모습을 보고 이 곳으로 들어와 나처럼 햄버거를 먹고 싶을 것이다. 햄버거를 사 먹는 동시에 빨리 나가고 싶으면서 또한 ‘이 곳에 들어와 햄버거를 드세요’라고 광고하게 만드는 것, 절묘한 수법이다. 그래서 패스트푸드점 앞에는 항상 그것을 먹고 있는 사람들이 진열되어 있는 것이다. 흡사 꽃 가게 앞에 꽃들이 나와 지나가는 사람의 눈길을 잡아 끌듯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