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아직 초보 강사였던 저는 모 정부기관의 강의를 받아서 굉장히 들떠있었습니다.
멋있게 밝은 색의 보우타이(나비넥타이)를 매고, 헤어스타일과 정장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멋진 프로강사의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옥션에서 조금 저렴하게 구입한 중국산 무선마이크도 미리가서 앰프에 연결을 하고, 일제 후지쯔 노트북을 무선으로 프로젝터에 연결했습니다. 뽀대나는 프로페셔널 강사의 모습이죠? ㅋㅋ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강의를 시작했는데, 나이가 지긋하신 중년 남자공무원들의 차가운 반응에 점점 쫄기시작하던 찰나... 갑자기 중국산 무선마이크의 연결이 끊겨버리고, 무선으로 연결한 노트북의 신호가 끊기면서 스크린에 파란화면만 뜨고... 프레젠터도 고장나고 (나쁜 일은 한꺼번에 찾아왔습니다. ㅠㅠ) 목소리는 떨리고, 온몸에 땀은 비오듯이 흘러서 와이셔츠에선 땀냄새가 스물스물 올라오고... 정신 못차리고 강의는 끝이 났습니다. 그야말로 처참한 실패! 쥐구멍에 숨고싶었습니다. 교육 담당자는 "수고하셨습니다." 라고 했지만 망연자실한 표정 (제일 높으신 분에 뒤에서 듣고 계셨습니다.) 이셨습니다. 당연히 다시 연락을 안하셨죠.
이날의 처참한 실패는 저를 완전히 바꿨습니다. 옷은 정장과 흰 와이셔츠이지만 굉장히 편하고 쭉쭉 늘어나는 재질로 된 것만 착용하고, 넥타이는 일반적인 넥타이를 편하게 매고, 구두도 겉으로 보기엔 구두지만 착용감은 운동화인 구두, 노트북은 오류가 적은 애플 맥북으로 교체하고, 프로그램은 키노트로, 프레젠터는 애플 아이팟터치로, 무선 마이크는 소니 방송용 최고급 무선마이크로 바꿨습니다. 강의장엔 최소 30분에서 1시간전에 도착해서 프로젝터, 연결 케이블, 앰프까지 하나하나 꼼꼼하게 확인합니다. 강사에게 컨텐츠와 강의력도 중요하지만 어떤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 안정성이 최우선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 사건이었습니다.ㅋㅋ
김종혁 (44歲)
'카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툰] 기업강사 에피소드 2017.11.23 'SNS, 바이럴마케팅 교육용 강의시스템' (0) | 2017.11.23 |
---|---|
[카툰] 기업강사 에피소드 2017.11.20 '프리랜서를 결심한 순간' (0) | 2017.11.20 |
기업강사 에피소드 2017.11.06 '강의하기에 좀! 부담스러운 공간' (0) | 2017.11.06 |
카툰 '기업강사 에피소드' 연재시작 / 나눔경영컨설팅 김종혁강사 (0) | 2017.11.06 |
탐사보도 전문기자 '주진우'기자 (0) | 2017.1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