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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2007년 10월 Mr. Wang

오늘 강의 중에 제가 생각나서 교육생 분들께 해드렸던 이야기 입니다. 2007년 10월 정도로 기억납니다. 중국 상해에 있던 반도체 파운드리 SMIC에 테스트 제안을 하러 미팅약속을 하고 현지 대리점 직원이었던 비슷한 연배의 Mr. Wang과 함께 택시를 타고 이동했었습니다. 저는 산지 얼마 안되었던 정장을 호텔에서 드라이 클리닝하고, 와이셔츠도 다리고, 구두도 닦고, 깔끔한 모습으로 가죽 가방을 들고 있었는데, Mr. Wang은 매번 남방에 후줄근한 스웨터위에 핏이 잘 안맞게 너무 큰 자켓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바지에 편한 신발을 신길래... 제가 한마디 했었습니다.
"Wang, 저기 일본이나 유럽 밴더들 좀 봐! 다들 나같이 깔끔하게 정장을 입고 왔잖아. 다음 미팅할땐 정장 좀 입고와. 같이 미팅하러 들어가는데 좀 그렇잖아." 라고 웃으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얘기 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ㅎㅎ, 네, 그러네요. ㅎㅎ" 라며 웃기만 하더군요.
다음 미팅에서는 좀더 깔끔한 자켓을 입고 왔지만 정장은 안입고 왔었습니다. 전 좀 짜증나긴 했지만 대놓고 뭐라고 하진 않았죠. 한 20년 지나고 오늘 강의중에 그 친구가 떠올라서 같이 얘기하다가 갑자기 찡 해지더군요.
"아. 그 친구는 그때 월급이 4-50만원 이었겠습니다. 정장이 그 정도 가격이었을 텐데... 참 그때 저는 철이 없었네요... 왜 그런 말을 했을까요?" 그러자 들으시던 교육생분들도 Mr. Wang의 심정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좀 울컥해지더군요. 다시 만나면 얘기하고 싶습니다.
"미안했습니다. 그때.. 제가 참 어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