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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현대판 봉이 김선달…별난 대학생 김종혁 2000.7월 (레이디경향)

11년전 레이디경향에 올랐던 저의 기사입니다. ^^


현대판 봉이 김선달…별난 대학생 김종혁

중앙대 영문과 재학중인 27살 김종혁. 다소 왜소해 보이는 체구. 까무잡잡한 피부. 겉으로 봐선 평범한 대학생 같다. 하지만 조금만 얼굴을 마주 대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예사롭지 않은 별종?임을 알수 있다. 외국을 마치 이웃집 드나들 듯 하면서 모험을 즐기는 별난 대학생이다. 남들은 부모가 벌어다주는 돈 쳐발라가면서 해외여행과 어학연수를 한다지만 그는 아니다.


비싼 돈들여 하는 여행이 아니라 최소의 비용으로 아끼고 쪼개 쓰면서 하는 IMF형 여행이다. 여행에 필요한 모든 경비는 철저하게 스스로 해결한다.


아무리 경비가 적게 드는 여행이라 할지라도 학생의 신분으로는 부담이 크지 않을수 없다. 그래서 그는 한시도 놀틈이 없다. 아르바이트 등으로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돈이 모이면 배낭하나 달랑 매고 세계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다녀오면 다음 여행을 위해서 다시 돈을 모은다. 그렇게 해서 다녀온 나라가 벌써 수개국이나 된다. 일본은 3번이나 다녀왔다. 남들은 대학생활 하나만 하기도 벅차다고 하지만 그는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학교안에서 보다 학교 밖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히려고 노력한다.


처음엔 말을 아끼다가도 여행 이야기가 나오면 금새 눈빛이 달라진다. 우리에게 낯선 외국의 오지를 돌아보며 겪은 에피소드와 경험담을 털어놓는 그의 목소리는 어느새 힘이 들어간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어지는 그의 여행담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그야 말로 이시대의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어려서부터 유달리 호기심이 많았다. 취미도 다양하다. 재즈피아노 연주. MIDI음악 제작. 신요리 만들기. 당구 게임 독서 영화감상 비디오촬영. 무엇이든지 한번 빠져들면 뿌리를 뽑을때까지 파고드는 성격이다.


홈페이지 제작능력도 수준급이다. 자신의 홈페이지를 직접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다.

홈페이지(www.we2nepal.com 또는myhome.dreamx.net/jazzmania74)를 한번 들어가보자. 자신이 그동안 돌아다닌 해외여행 정보등 알차고 유용한 내용들을 담아놓았다. 개인이 운영하는 사이트라고 믿어지지 않을정도로 디자인이 세련되고 사용하기 쉽도록 꾸며져 있다.


외국어 실력도 뛰어나다. 영어는 전공이라 능통하고 일어는 일본인 여자를 애인으로 둔 덕분에 자연스럽게 익혔다. 군대조차도 그에게는 고생보따리가 아닌 배움의 무대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할수 있는 장소였다. 군악대로 있으면서 드럼 건반을 맡았다. 남들은 돈주고도 배우는 악기를 군대에서 배우고 익힐수 있었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그는 늘 음악과 함께 살아왔다. 피아노는 어려서부터 익혔다. 음악이 뭔지도 모르고 어머니손에 이끌려 처음 두드려본 피아노.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도 모르게 푹 빠져버렸다. 음악을 배운다기 보다는 놀이를 즐기는 기분이었다. 나중에는 재즈피아노에 재미를 붙였다. 그렇게 시작한 피아노 연주 경력이 자그만치 18년. 재즈피아노에 빠져들다 보니 가랑비에 옷이 젖듯 재즈매니아가 되었다.


작곡과 편곡 작업도 꾸준히 해왔다. 영화와 애니메이션 제작에도 손을 댔다. 요즈음은 웹디자인을 배우는 중이다.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다 보니 디자인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94년부터 미국 중서부와 일본 중국 티벳을 다녀왔다. 그의 해외여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계속 된다. 새천년 들어서도 한달남짓 일정으로 네팔과 인도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해외여행을 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가장 저렴하고 가장 독특하게 여행하며 가장 객관적인 입장에서 그나라의 진실된면을 찾으려고 노력해왔다.


일본땅은 95년 처음 밟아보았다. 평소 그의 머리속에 그려진 일본의 이미지는 섹스 애니메이션 만화가 전부였다. 가장 가까이 있는 나라이면서도 직접적인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일본행을 결심했다.


일본을 보고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깨끗하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엄청난 물가. 물가가 비싼 일본을 여행할 때마다 길거리 전철역 공원등에서 노숙을 하였다. 때로는 일본인 친구들 집에서 신세를 지기도 하였다.


식사는 편의점의 오니기리(주먹밥)과 무기차(보리차)로 때웠다. 히치 하이크에 기차 공짜로 타기 등으로 여행하며 그만의 독특하고 다양한 경험과 자료를 모았다. 일본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진 것은 물론이다. 직접 촬영한 비디오테잎과 음악CD 책 사진…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일본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너무 너무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세계 제1의 강대국 미국. 그가 느낀 외국의 이미지는 냄새였다. 빵냄새. 음식냄새. 인종마다 풍기는 특유의 사람냄새. 미국 중서부를 직접 운전하면서 속도 위반 딱지도 떼이고 그랜드 캐년에서 웅장한 대협곡에 숨이 막혀 질식할 것 같은 충격을 받기도 하였다. 할리우드 디즈니랜드도 돌아보았다. 일리노이의 인디언들과 라스베이가스 뒷골목의 창녀들과도 얘기를 많이 하였다.


텍사스의 황무지에서, 일본 오사까 '아메리카 무라'의 길바닥에서 새우잠을 자면서…중국 둔황의 사막에서 말달리며…티벳인의 비참한 현실에 울분을 느끼며…중국 상하이 홍커공원의 초라한 윤봉길의사 기념비 앞에서 절하고 눈물 흘리며…네팔의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나를 느끼며…별이 쏟아지는 인도 라자스탄의 사막에서 낙타와 함께 잠들며…


다니면서 겪은 고생은 이루 말할수 없을 정도로 심했지만 그만큼 보고 배운 것은 많았다. 힘든 만큼 보람도 컸다. 젊어서 돈주고 사서도 한다는 고생을 실컷 해보는 것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외국의 현지인들과 직접 부대끼고 상대하면서 영어 일어 중국어 회화능력을 키웠다. 무역실무에도 눈을 떴다. 그는 늘 수첩과 메모장을 가지고 다닌다. 언제라도 무슨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즉석에서 메모를 한다. 현장에서 배우는 것이 훨씬 값지고 소중하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는 하고 싶은 일이 너무많다. 가진 것은 오직 젊음과 패기로 똘똘뭉친 몸뚱아리 뿐이지만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할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인도와 네팔을 다녀오자 마자 그는 또한가지 일을 벌였다. 그동안 여행하면서 얻은 아이디어와 정열을 쏟아 1인 인터넷 여행전문 방송국과 제3세계 패션 그리고 액세서리 쇼핑몰을 준비중이다.


특히 제3세계 패션쪽은 잘 아는 분으로부터 파격적인 자금을 지원받아 공동창업을 준비중이다. 인도 아프리카 티벳등 제3세계의 독특한 패션을 한국에 소개하고 판매하는 업무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취급하는 인터넷 포탈사이트를 구축중이다. 강남에 이미 사무실도 마련했다. 오는 6월말이나 7월초쯤 정식으로 오픈할 계획이다. 그때쯤 가면 유망한 벤처기업가로 변신해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벌써부터 여름방학을 손꼽아기다리고 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는 미지의 세계로 해외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다. 땀흘린 만큼 미래가 보장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끊임없는 뭔가를 찾아나선다.


건전하고 밝은 사고방식을 가진 젊은이들이 있기에 새천년 한국의 미래는 밝다고 본다. 별난 대학생 김종혁 파이팅.


<경향닷컴 김명수기자/ ms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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