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린칭(flinching)
상대가 무리한 제안을 할 경우, 내 감정을 드러내라
“선배, 그 쪽이 정말 너무 심한거 맞죠? 아무리 갑이고, 힘이 있다지만…”
오랜만에 점심이나 먹자며 찾아온 나협상 부장의 대학후배 박 대리. 그는 주문도 하기 전에 며칠 전에 있었던 협상 스토리를 늘어놓더니, 물 한 잔을 쉬지도 않고 벌컥벌컥 들이킨다. 학교 다닐 때에는 웬만한 일로 화도 내지 않고 속으로 삭히기만 하더니, 어지간히 속이 상했구나 싶다.
사정은 이랬다. 식품업체 영업팀에서 일하고 있는 박 대리는 며칠 전 대형 할인점과 납품 계약 협상에 투입되었다가 크게 한 방 맞았다. 할인점 측에서 납품 단가를 15% 이상 깎아 달라고 한 것. 비슷한 품질의 제품도 많고 경기가 어려우니, 그 정도로 맞춰달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너는 그 쪽에서 단가를 낮춰달라고 할 줄 알았어?”
“알고는 있었죠. 워낙 경기가 안 좋으니… 그래서 회사에서도 5% 정도 낮출 걸로 생각하고 있었고.”
“더 이상 낮추면?”
“15%는 말도 안 돼요. 생산단가 겨우 나올까 말까… 그러니 제가 이렇게 미칠 노릇인거죠.”
5% 정도는 낮출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는 15% 이상 낮춰달라고 했다니, 속이 바싹바싹 탔을 법도 하다. 게다가 박 대리는 그 쪽에 꼭 납품을 해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이고…
“그래서 넌 어떻게 했어?”
“마음 같아선 확 때려치우고 나오고 싶었지만, 어쩔 수 있나요…”
“그럼 니가 생각했던 것보다 10%나 더 낮춰달라고 하는 데도 가만히 있었어?”
“물론 설득은 했죠. ‘회사 사정상 그 만큼은 힘들다’, ‘생산단가가 얼마다’ 등등…”
“그랬더니, 그 쪽에서 뭐라든?”
“안 된다고 버티더니, 일단 생각해 보자면서 다음에 보자고 그랬어요.”
주문한 식사가 나오자, 밥을 먹으며 나협상 부장이 말을 건넸다.
“니 생각에, 협상을 할 때 감정 표현은 하는게 좋을 것 같냐, 아니면 꾹 참는게 좋을 것 같냐?”
“참아야죠. 포커 페이스가 유리한거 아닌가요?”
“그럼, 상대방이 아주 심한 요구를 했을 때에도 내색하지 않는게 좋다?”
“그렇지 않나요? 괜히 화 냈다가 상대방한테 찍히기라도 하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 그런데 협상에는 플린칭(flinching)이라는 말이 있어. 상대가 무리한 제안을 했을 때는 깜짝 놀라거나 강하게 반문해서, 상대에게 나의 감정을 드러내라는 거지. 이처럼 많은 협상가들은 협상장에서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해라’라고 말해.”
“감정을 드러내라구요?”
“그럴 필요가 있다는 거지. 사람은 이성적인 존재지만, 그만큼 감성의 영향도 받으니까. 만약 니가 이번 협상에서 상대의 15%라는 제안에 깜짝 놀랐다는 걸 표현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성적으로만 설득하는 것과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긴, 그 쪽에선 15%라는 게 얼마나 무리한 요구인지 잘 모를 수도 있고… 그럴 때 내가 깜짝 놀라는 걸 보여주기만 해도 우리의 상황을 이해할 수도 있었을테고…”
혼자 중얼거리던 박 대리는 뭔가 알겠는지 활짝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선배님! 감사합니다. 오늘 점심은 제가 계산하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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