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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의혹 ] 제주도 세계'7대경관'선정 사기인가?

'7대경관’ 그들만의 리그 <상>  
  

     
▲ 세계7대 자연경관 최종 후보지 28곳 

제주가 세계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면 1조원이 넘는 경제효과가 발생한다는 ‘제주발전연구원’의 보고서가 뉴세븐원더스(N7W)재단 주장을 근거로 한 것에 불과한 사실이 드러나 신뢰성에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N7W재단은 객관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을 받은 제주발전연구원 보고서를 “한국 지방정부의 공신력 있는 기관이 연구해 발표한 것”이라며 재단 홈페이지에 올려 7대경관 이벤트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앞서 N7W재단은 일부 세계 언론매체들이 ‘예측’한 경제효과를 마치 ‘달성’한 경제효과로 둔갑시켜 재단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7대경관 이벤트의 문제점을 지적한 국내 누리꾼들은 이러한 경제효과가 모두 왜곡됐다는 사실을 입증시키기도 했다.

본보는 근거 없는 경제효과에도 불구하고 수십억 예산을 투입한 7대경관 선정 투표 ‘밀어부치기’ 행태와 28곳의 최종 후보지 선정의 문제점, 미공개 투표 방식에 투표수 공개요구를 하지 않는 이유 등을 3차례에 걸쳐 보도할 예정이다.

#N7W 상업적 투표방식이 문제

2007년 7월7일, N7W재단이 주관한 ‘신 세계7대 불가사의’ 투표 결과를 발표하자 전 세계 언론들은 공정성이 결여된 상업적 중복투표 방식에 불과하다는 데에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7대 불가사의’ 최종 3위에 선정된 브라질 ‘예수상’의 논란은 뜨거웠고 결국 인구가 많은 중국(국가별 인구 1위)이나 인도(2위), 브라질(5위), 멕시코(11위) 등이 중복투표의 수혜를 받았다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당시 스페인 일간 <엘 문도>는 사설을 통해 “이번 투표는 전 세계 차원으로 이뤄진 코미디”라며 “예수상이 3번째로 많은 표를 얻은 것은 오로지 브라질 인구가 많기 때문”이라고 의미를 깎아내렸다.

프랑스의 일간 <르 피가로>도 “한 사람이 여러 차례 가능한 중복투표 방식을 사용함으로써 인구가 많은 국가가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하며 등가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N7W재단의 상술을 문제삼았다.

#과한 금전요구에 투표불참 속출

N7W재단의 상업적 이벤트에 대한 논란은 ‘7대 불가사의’에 그치지 않고 현재 진행 중인 ‘세계7대 자연경관’으로 이어졌다.

‘7대 경관’ 28곳의 최종 후보지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코모도섬)와 몰디브 정부는 최근 불투명한 투표방식과 N7W재단 측이 지나치게 높은 비용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후보지 자진철회를 공식화했다.

인도네시아 문화관광부는 “우리 정부는 선정식 행사 주최국 문제로 투표 참여를 철회했었다”며 “N7W재단이 주최국으로서 내야 할 돈이라며 라이선스 비용으로 1000만달러, 장소·행사비용으로 3500만달러를 요구했고 이를 거절하자 후보지에서 제외하겠다며 협박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N7W재단은 몰디브 정부에도 스폰서십 35만달러와 월드투어 행사 50만달러 등 총 85만달러를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몰디브 정부는 과도한 금액 요구와 불투명한 투표 과정 등을 이유로 ‘투표 불참’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제주도는 공식 홍보사업비로 20억원을 책정했으나 공공전화비, 7대경관 선정 기원 UCC 공모전 등 다른 예상항목을 끌어다 쓰고 있다. 일각에서는 7대경관 선정 과정에 들어가는 혈세만 50~6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선정효과 주장 “근거는 없었다”

제주도와 7대경관 범국민추진위원회는 N7W재단을 둘러싼 국제적인 논란에 상업적 이벤트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는 이유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제주도는 ‘신 7대 불가사의’ 선정된 나라들을 예로 들면서 “선정 후 관광객이 70~80%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모든 근거는 N7W재단이 내놓은 자료를 인용한 것에 불과했다.(본보 4월25일자 4면 ‘상업이벤트에 들썩이는 대한민국’ 참조)

그러자 제주도와 범국민추진위는 세계적인 경제석학 ‘필립 코틀러’의 저서와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컨설팅 업체 ‘그랜트 손튼(Grant Thornton International)의 보고서를 인용해 막대한 경제효과를 선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본보 취재 결과 코틀러의 저서는 N7W재단이 써놓은 주장을 자신의 저서에 인용한 것에 불과했고 그랜트 손튼의 보고서 또한 N7W의 자료를 토대로 예측한 결과에 지나지 않았다.

코틀러의 저서 ‘마케팅 입문’에는 N7W이 주관한 ‘7대 불가사의’ 등 이벤트 내용이 2페이지 분량으로 실려 있다. 내용을 검토해 본 결과 N7W재단이 내놓은 주장과 근거 외에는 아무것도 찾아볼 수 없었다.

코틀러 자신이 연구·분석한 결과도 아니었고 제3의 전문적인 연구기관에서 제시한 과학적 분석이나 통계자료도 없었다. 즉 N7W재단의 주장을 인용한 코틀러의 저서를 N7W재단 및 범국민추진위가 재인용한 것에 불과했다.

최근 몰디브 언론 ‘트래블뉴스’에는 <오마이뉴스>가 N7W재단과 인터뷰한 내용과 상업적 이벤트의 부조리를 지적한 국내 누리꾼들의 발언 등이 실리기도 했다. 각 나라 언론들의 연계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N7W재단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종수 기자 han@jejudomin.co.kr
 
 
‘7대경관’ 그들만의 리그 <중>  
 
알수 없는 7대경관 투표수…확인 방법 없나
죽자고 덤비는 공무원투표 전세계 조롱거리  
 
  
제주도청 1층 로비에 설치된 ‘세계7대 자연경관’ 자동투표기. 기계가 들어선지 2주가 지났을 뿐인데 투표횟수는 3만회에 이르고 있다. 하루 평균 2000번씩 자동 투표된 셈이다.

로비 근무직원은 하루 2000번이 가능하냐는 말에 “우리가 쉼없이 누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회 투표시간은 25초가 소요된다. 일요일에도 직원은 의자를 놓고 앉아 쉼없이 버튼을 누르고 있다.

#투표수 압도적 1위 주장 ‘관심’
최근 본보 확인 결과 도내 공무원 전화 투표수는 600~700만 건이다. 도청·공항·지하상가에 설치된 자동투표기, 인터넷 등 모든 투표수단을 고려했을 때 1000만표에 육박한다는 계산도 나온다.

뉴세븐원더스(N7W)재단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신 세계7대 불가사의’에는 전 세계적으로 1억의 득표를 올렸다. 이는 선정을 위해 1억표를 얻었다는 뜻이 아니라 7년간 진행한 이 이벤트의 전체 투표가 1억표라는 얘기다.

이에 ‘7대경관’ 선정문제를 최초로 제기한 누리꾼들이 최근 단순 득표수로만 따졌을 때 1000만표를 얻어도 제주도가 7대경관에 충분히 선정된다는 주장을 내놓아 관심이다. 

누리꾼 ‘AF1219’(가을들녘)는 “제주도는 현재 2위 그룹과 더블스코어 이상 누르고 압도적으로 득표수 1위를 달리고 있다”며 “현재 제주만큼 열의를 보이는 지역이 없기 때문이며 재단이 투표수를 공개하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명문 A대학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으며 7대경관 문제를 공론화 한 ‘AF1219’는 “그나마 이스라엘·필리핀이 열을 올리긴 하나 제주도 공무원들의 700만 몰표가 워낙 두텁다”며 “사실 7대 불가사의 총 투표수가 1억표라는 주장도 믿기 힘들다”고 말했다.

#재단 방침 거스르면 1위도 탈락
N7W재단 주장과는 달리 투표수가 1000만표만 돼도 충분히 7대경관에 선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지만 문제는 득표 1위를 해도 재단 ‘마음대로’ 탈락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공식후원위원회(OSC)를 두지 않거나 N7W재단의 상업과 라이센싱을 담당하는 뉴오픈월드 코퍼레이션(NOWC)이 요구하는 스폰서십 비용을 내지 않는 경우다.

이외에도 N7W재단 로고 및 상호명 임의 사용, 공식후원회가 아닌 다른 기업·기관이 재단 승인 없이 광고·프로모션·기획을 할 경우 등이 해당된다. 

득표 1위에도 이같은 규칙을 어긴다면 N7W재단은 임의대로 후보지 탈락·교체 등 제제를 가할 수 있다. 따라서 득표수는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

한편 누리꾼들(트위터 아이디 ‘AF1219’ ‘pythagoras0’ ‘netroller’)은 불투명한 투표과정을 문제 삼아 N7W재단에 투표수 공개를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재단 측은 여전히 공개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또 N7W재단 웹사이트에는 ‘7대경관에 선정되려면 해외투표 비율이 90% 넘어야한다’고 명시돼 있다. 최근 상술 행태 지적이 불거져 ‘구글 광고’는 제거됐지만 이 문구는 여전히 남아 있다. 

N7W재단 ‘버나드 웨버’ 이사장은 이미 “해외 투표나 국내 투표 모두 똑같이 1표로 인정받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도 웹사이트에 명시된 문구를 수정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투표수 미공개 방침이나 재단 요구사항 준수, 웹사이트에 여전히 해외득표 90% 이상을 명시해 둔 이유는 상술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무제한 중복 유료전화로 국가차원의 전화투표를 유도하기 위한 수단이며, 최근 현대·기아차가 재단 후원사로 지위를 얻는 등 기업마케팅을 위한 ‘장치’라는 것이다.

#투표 얼마나 했나 ‘불투명’
 
여러 ‘장치’를 통한 N7W재단의 상업적 행태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수십억원의 혈세를 투입하며 투표에만 열을 올리고 무조건적인 홍보활동에만 전념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는 투표 과정의 불투명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는데도 재단 측에 투표수 공개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 재단이 위치해 있는 스위스를 방문해 실체조사를 하라는 요구도 나온다.

이에 대해 범국민추진위 박대석 사무국장은 “대통령 선거할 때 중간에 투표수 공개하는 것 봤냐”며 “행사가 종료되면 투표수 공개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대 불가사의 선정 때도 투표수를 공개하지 않았던 N7W재단이 이같은 요청을 받아들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학계 관계자도 7대경관 선정 논란을 두고 “지난 2007년 7대 불가사의 선정 당시 선정지역 및 탈락지역의 득표수를 공개하고 현재 진행 중인 7대 경관의 득표수도 반드시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7대 경관 선정 이벤트는 이미 막대한 혈세 투입으로 N7W재단만 배불리게 했다는 냉소적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만일 7대경관 선정이 물건너 간다면 N7W재단을 향한 비난여론은 일파만파로 퍼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7대경관 선정은 이미 만들어졌다는 설도 흘러나온다.

제주도는 7대경관 관련 홍보자료만 하루 5~6회 이상씩 내보내고, 홍보 현수막에 자동전화 투표기 설치, 1인당 1000번 이상의 투표를 강요하는 등 세계인이 즐기는 이벤트가 아닌 ‘공무원’만 죽자 살자 덤벼든 투표 과정에 전 세계 비웃음거리가 될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7대경관’ 그들만의 리그 <하>  
 
N7W재단과 몰디브 간 계약서 내용 ‘파장’
득표수 많아도 ‘돈’에 의해 결정될 가능 커 
 
 
‘세계7대 자연경관’이 득표수보다 주관사인 뉴세븐원더스(N7W)재단과 맺은 계약내용에 따라 선정 여부가 결정된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명문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며 N7W재단의 상업적 행태를 최초 고발한 누리꾼들(트위터 아이디 ‘AF1219’ ‘pythagoras0’ ‘netroller’)은 21일 “투표가 아닌 재단의 금전적 요구 준수에 따라 7대경관 선정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미국 명문 A대학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netroller’는 “N7W재단의 상업과 라이선싱을 담당하는 뉴오픈월드코퍼레이션(NOWC)이 몰디브와 맺은 계약서를 최근 입수했다”며 “NOWC의 요구 불이행시 후보지 자격을 박탈한다고 명시됐는데 투표수 미공개 방침과 연관 있다”고 밝혔다.

‘netroller’는 “어차피 투표수 공개가 안 되니 결국 재단측은 돈 퍼주는 곳에 선심쓰듯 (최종 후보지를) 결정할 것”이라며 “느닷없이 28개 후보지에 제주도가 갑작스레 포함된 것은 그들에게는 소위 '돈되는 곳'이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후보지 선정이 투표와 상관없다는 사실은 본보가 보도(4월25일자 4면 ‘상업이벤트에 들썩이는 대한민국’)한 바 있다. 지난 2009년 초 77곳의 후보지에 포함된 불가리아의 ‘벨로그라칙’이 350만표를 얻어 1위를 달리고 있었고 세르비아의 ‘악마의 동굴’, 홍콩의 ‘망부석’, 페루의 ‘콜카 협곡’ 등이 2~4위에 랭크됐지만 재단측에 의해 모두 탈락된 것.

이는 투표가 아닌 N7W재단이 자체 조직한 선정위원 심사로 확정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28곳 최종후보지에 포함된 인도네시아(코모도섬)와 몰디브는 각각 500억원, 20억원을 요구한 NOWC 측의 제안을 거절하자 후보지 철회 및 법적조치가 있었고 그 이후 N7W재단은 두 나라 정부와 연락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netroller’는 “28개 최종 후보지 선정은 투표가 아닌 몇 명의 선정위원들에 의해 결정됐지만 그 기준은 밝히지 않고 있다”며 “오직 N7W재단만이 투표상황에 대한 정보를 독점하고 있고 인터넷투표 증가율 등 일부 공개되는 정보는 경쟁자극용일 뿐”이라고 말했다.

NOWC 측은 몰디브 외에도 제주도를 포함한 나머지 27곳의 후보지 모든 곳과 계약을 맺고 있다. N7W재단에 등록된 공식후원위원회는 ‘제주관광공사’이며 공식후원기관은 ‘제주도’로 밝혀졌지만 두 기관 모두 재단 측과 맺은 계약내용 공개를 꺼리고 있다.

‘netroller’는 “몰디브나 인도네시아의 상황을 비춰볼 때 재단 측은 제주도와 상당한 액수를 놓고 협상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며 “우리나라가 그 두 나라보다 경제적으로 월등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진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4월27일 현대·기아자동차는 서울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N7W재단과 재단 공식로고 사용 등을 활용한 광고·마케팅 활동을 내용으로 후원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들 사이에서 상당한 후원금이 오갔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N7W재단 측은 28개 참여국 서로가 모르게 비밀접촉하면서 계약 내용에 대해서는 상업적 계약이라는 핑계로 공개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때문에 최종 7곳을 정하는 작업도 재단 임의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며 이러한 비밀스러운 선정 과정에 N7W재단의 상업주의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에 누리꾼들의 비판도 더욱 확산되고 있다. 누리꾼 ‘옥돌선생’은 “제주가 7대 경관에 선정되면 좋은 일이겠지만 뒷돈을 제공한 대가의 선정이라면 포기하는 게 국익에 더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N7W재단은 유엔 협력사무국의 공식 파트너라고 주장했으나 결국 거짓으로 드러났고 선정 행사 등으로 벌어들인 수익금을 세계 유적을 관리·보존하는데 쓴 적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막대한 경제효과도 근거없는 것으로 드러난 상황에서 또 어떤 거짓 주장이 드러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종수 기자 han@jejudo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