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태우는 걸 보셨나요?
-2월 12일 토요일-
새벽에 川目(카와메)가 갠지즈강에서 목욕을 하는 인도인들을 본다고 먼저 나갔다가 춥다고 떨며 들어왔다.
간단하게 씻고 내려가서 방 값을 치르고 나가며 일본애들에게 난 헤어지겠다고 했다. 3명이 몰려다니며 여행하는 것은 나한테 안 맞는다. 사소한 비용을 3등분하려고 신경 쓰는 것도 싫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못하는 여행을 사서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호텔에서 걸어 Golden 템플로 향했다. 오~~내가 상상하던 사원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르다.
오토바이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듯한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계속해서 올라가다 보면 쓰레기, 토사물, 피(?), 인분, 쇠똥. 이건 완전히 지뢰밭이다.
눈을 뜨고 쳐다볼 수 없는 장애인 거지가 부지기수이고 바로 옆의 갠지스 강에서 목욕을 하고 나온 순례자들의 행렬이 끊임이 없다.
골든 템플. 물에 젖어 질퍽한 카페트 위를 맨발로 걸어 들어가기가 꺼림직 했지만 안에서 사원의 화려한 모습을 보았을 때는 잘했다 싶었다. 골든 템플을 나와서 다사스와메드 갓트로 발결을음 채촉했다.
여기서 잠시 갓트(Ghat)에 대해서.
갓트(Ghat)란 강변에서 강으로 편하게 들어갈 수 없도록 만들어진 계단을 가리킨다.
바라나 시를 중심으로 남북으로 흐르는 갠지스 강에서 목욕을 하는 것은 바라나 시에 순례를 온 사람들이 절대로 빠뜨릴 수 없는 의식이어서 100여 개에 이르는 갓트들이 바라나시 시가지와 연결되는 강의 서편에 줄을 지어 설치되어 있다. 동편은 모래사장이다.
여기 바라나시의 사람들은 왠지 네팔사람들 보다 거칠고 무서워보인다. classic라는 인도 담배를 샀다. 하지만 도저히 못 피우겠다.
가는 길에 깔끔한 식당에서 일본 담배 Seven Star를 60루비를 주고 샀다. 아마도 어떤 일본인 여행자가 배낭여행을 하나 남은 것을 주고 갔다보다. 웁~ 그런데 맛이 더 이상하다. 진열대에 1~2년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담배에도 신선도가 있다는 것을 비흡연자는 아실까?
드디어 갠지즈! 성스러운 갠지즈 강에 도착했다.
떠다니는 시체, 꽃잎, 오물과 함께 목욕을 하고 수영을 하는 인도인들... 내가 보기엔 지저분하고 더러운 강일 뿐이다. 강 건너편에 모래사장이 쫘악 펼쳐져 있고 마치 이승과 저승을 가르는 ‘레테’의 강 같다.
걷다가 여행책을 깔고 앉았다가 두고 온 것을 깜박해서 뛰어갔다. 인도인 두 명이 그 책을 가지고 와서는 돈을 달라고 손을 내민다.
나이가 많든 적든 여행자 한명 한명에게 굶주린 개처럼 붙어 다니는 것이 보기에 좋지 않았다. 그들 중 한 명이 이런 말을 했다.
‘Money is Life’
정말 나쁜 x들이다. 책을 주워줬다고 10루비. 화장터가 잘 보이는데 알려줬다고 100루비. 한 녀석이 사정해서 10루비. 늙은 노인이 50루비.
정말 짜증 짜증, 왕짜증이 났다.
계속 짜증나게 해서 돈을 줘버렸다.
화장터 바로 옆의 건물 옥상에 옆으로 누었다. 따뜻한 햇살과 연기 사람이 타는 냄새가 구수하게 난다.
밑에서 힐끔힐끔 날 쳐다보는 눈이 내가 사진 찍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다. 만약 내가 사진을 찍으면 사방에서 난리가 나겠지? 누구는 눈감아 주겠다고 돈을 달라고 하고 경찰 경찰대로 돈을 달라고 하고... 엄청난 돈을 요구할 것이 뻔하게 보인다.
돈에 환장한 사람들...
‘아니다!’ 돈에 환장한 것은 오히려 우리가 더한데...
액수를 볼 때, 강바닥에서 사금을 찾으려는 듯이 금니와 금으로 된 악세사리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띤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을 태워 강에 뿌렸으면 그렇게 먹고사는 사람도 있을까?
시체가 많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죽어서도 빈부의 격차, 계급의 격차가 있나보다.
그냥 흰천으로 싸서 들어온 시체, 화려하게 급박과 꽃으로 장식되어 들어오는 시체 등 화장할 준비를 한다.
이 때쯤 되면 개와 독수리, 구경하려는 여행객들이 낌새를 알아채고 모여들기 시작한다.
우물 정자 모양으로 나무를 차곡차곡 쌓아간다. 아까 100루비를 주었던 할머니가 내 머리에 손을 얹고 축북을 해 주었다.(아까 속으로 욕한 것이 정말 미안했다.)
먼저 시체의 입에 갠지즈 강물을 붓는다. 그러고는 약간 손질을 하고 시체를 옮긴다. 사지에 힘이 없어 기이하게 늘어진 시체의 모습이 충격적이다. 짚에 불을 붙이고 시체를 장작 밑으로 넣는다. 시체위에도 기름을 뿌리고...
아~~ 불이 타들어간다.
다리 살부터 타들어간다. 살타는 냄새가 역하기 보다는 오히려 구수하게 내 코로 들어온다. 살이 타면서 오그라들어 몸이 휘어지고 있다. 얼굴이 부어터지며, 진물이 나오고 일그러진다. 입이 벌어진다. 배에서 체액 줄기가 쭈-욱 뿜어 나오고 곳곳에서 뜨거운 체액이 뚝뚝 떨어진다.
관절이 오그라들며 마디마디가 부러진다. 하~ 엽기적이고 충격적이다.
‘과연 인간의 삶이 무엇인가?’
내 몸뚱아리도 죽어서 불에 타면 저렇게 오그라들고 문드러져 마디마디 부러질 것인데..
화장터를 나와서 ‘툴시 마나라소 템플’(원숭이사원)을 구경하려고 싸이클릭샤에게 무려 20루비나 주고 가자고 했는데 2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 세워주었다.
겨우 걸어서 도착했는데 점심 시간이라고 문을 닫았다. 이럴수가.. 하늘도 무심하시지...
그 앞 식당에서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오토릭샤를 타고 바라나시 역에 갔지만 오늘 표가 없단다. 할 수 없이 내일 오후 5시 30분에 침대칸을 예약하고 150루비 하는 RAJIIT 호텔에 Check in을 했다.
바로 옆의 Hindustan International 호텔에서 간단하게 토스트로 식사를 하고, 부근의 인터넷가페에 들러 메일을 확인하고 정리하고 내 홈페이지와 친구들 홈페이지에 글을 남겼다.
호텔 종업원 녀석이 잠깐만 문을 열어달라고 하고는 담배하나 달라고 한다. 그러고는 위험하다고 문을 잠그라고 주의까지 준다 정말 웃기는 나라다.
지금 또 바로 앞의 Hindustan International 호텔 식당에 와서 글을 쓴다. 손님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은데... 아주 부유하게 보이는 인도인과 일본인으로 보이는 관광객이 있다.
바로 옆에서 3인조 인도 전통 밴드가 계속 연주를 하고 있다. 물어보니 기타처럼 생긴 악기는 위에 7현 밑에 12현이 같이 합쳐져 있는 ‘시타르’라는 악기이고 ‘봉고’처럼 생긴 메로디 드럼인 ‘따블라’는 물방울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독특했다. ‘스케일’에 무슨 음을 쓰는지 참 궁금하다.
바로 앞에 4명의 인도인 가족이 앉아있는데 정말 귀족같다. 쇠똥, 시체와 뒹굴며 한끼 한끼 걱정하는 보통사람의 한 달 급료보다 많은 돈을 하루에 쓰는 그들의 모습에서 귀족의 거만함이 줄줄 흐른다.
아직 인도엔 ‘카스트’제도가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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